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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BOOK REVIEW] 정유정 장편 소설_28

by 로이맘 조이 2020.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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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7년의 밤, 모두 좋았지만 이번 28이 최고

사랑하는 개와 함께 지내는 사람이라면 많이 슬플 수 있다.

읽다가 펑펑 운 적이 세 번

결말을 바꾸고 싶어지는 소설은 처음이다.


정유정 작가의 장편소설 28, 나는 원래 좋아하는 것을 꼽는데서 우유부단하고 결정할 수 없는 마음이 크지만 이 소설 28 만큼은 최애소설이라고 덜컥 꼽을 수 있다.

정유정 장편소설 28_1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대표적인 사건은 정체모를 감염병의 전염에서 시작한다.

소설의 배경은 작은 도시인 화양시.

화양에서 이 병이 발발하게 되고, 이 감염병에 전염된 사람들은 전부 공통적으로 '빨간눈' 증상을 보인다.

감염병은 어마어마한 전염력으로 시민은 물론,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시민들을 구하는 구조대원 등 너나 할 것 없이 삽시간에 사람들을 전염시킨다. 이 '빨간눈' 병에 감염되면 예후가 좋지 않다. 다들 붉은 피를 토해내며 치사율이 치솟는다.

병원의 의료진들도 시시때때로 병에 걸려 죽어나가며, 극한의 인력으로 환자들을 수용한다.

 

이 감염병의 특징 하나 더, 바로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사람들은 개에게서도 이 병이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들의 반려견을 길거리에 내다 버리기 시작한다.

 

화양시에서 '빨간눈' 감염병이 극에 달하게 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가족, 지인들이 하나 둘 죽어나간다.

정부가 나서 조치를 취하지만 그것은 병의 확산을 막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려는 방침이 아니다. 화양시를 봉쇄하고 감염원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함일 뿐이다. 화양시의 경계에 군대를 배치하고 빠져나가려 하는 시민들을 사살한다.

봉쇄 된 화양시는 아수라장이 된다. 일반 시민들도 반 강제 강도들이 되어 마트를 털고, 약국을 털고, 봉쇄 된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으로써 마땅히 지켜야 할 선을 넘어버린다.

 

 

 

 

이 전쟁터 같은 화양에 재형이라는 남자가 산다.

수의사인 재형은 화양의 외딴 곳에 '드림랜드'라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여러마리 개들을 돌보면서 조용히 지낸다. 마을 사람들은 이 곳이 유기견을 잘 돌봐준다는 사실을 알고, 여기까지 찾아와 대문 앞에 개를 버리고 가는 일들이 빈번하다.

재형에게는 과거 트라우마가 있다. 아이디타로드라는 개 썰매대회에 참가해 조난을 당하게 되고 살기 위해, 살아나기 위해 필사적인 행동을 취한다. 그 필사적인 행동 때문에 자신을 대장으로 따르던 팀원이나 다름 없던 썰매개가 희생되고 만다.

 

 

 

기자인 윤주는 처음에 이 드림랜드에 의구심을 갖고 접근한다.

따뜻하게만 보이는 이 드림랜드가 정말인지, 아니면 남모를 비리나 알 수 없는 뒷거래가 이루어 지지는 않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곧 알게되지만, 화양에 '빨간눈' 감염병이 터지자 기자정신을 발휘해 인수공통감염병이라는 사실을 터트려버린다.

 

 

 

정부는 유기견들을 살처분하고, 드림랜드에까지 들이닥쳐 뒤엎고 만다.

 

 

 

"사람은, 사람 목숨은 지상의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궁극의 가치니까"

 

 

 

 

정유정 장편소설 28_2

 

 

 

읽었던 당시에는 '봉쇄'라는 장치에서 5.18 민주화 운동이 대번에 번뜻 떠올랐지만,

2020년 3월 지금, 코로나 19가 대한민국에 난잡한 이 상황이 너무나도 겹친다.

 

감염병, 봉쇄된 시민들, 의료진과 구조대원, 그리고 의료진과 구조대원도 사람이기에 한 나라의 시민이기에 그들 역시도 감염되고 무너지는 극한의 상황들.

 

 

사람 목숨이 제일이기에 동물 따위는 쉬이 판단하는 세상을 생각해보게끔 한다.

 

책의 겉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

 

 

" 나는 때로 인간 없는 세상을 꿈꾼다.

모든 생명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세계, 꿈의 나라를.

만약 세상 어딘가에 그런 곳이 있다면

나는 결코 거기에 가지 않을 것이다. "

 

 

인간이기 때문에, 삶이 가진 폭력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죄스러워서 가지 않는 것일까

서글픈 본성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유정 장편소설 28_3

 

 

정유정 장편소설 28, 돌아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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