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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of Joy

[BOOK REVIEW] 손원평 장편 소설_아몬드

by 로이맘 조이 2020.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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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한 표정의 소년이 그려진 책 표지. 그리고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아몬드라는 책 제목. 단순한 호기심에서 책 표지를 열었고, 그 뚱한 표정을 한 소년의 처지가 극으로 내닫는 통에 책장은 쉼 새 없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경로는 구병모 작가님과 정유정 작가님의 장편 소설들을 다 읽어버린 후, 영화 같은 한국 소설이 어디에 또 없을까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눈에 들어 온 소설이다.

 

 

손원평 장편소설, 아몬드

 

 

 

생소한, 그렇지만 있을 법한 증상이 소년에게 나타남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 증상을 딛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뚱한 표정의 윤재는 어렸을 때 부터 남들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감정을 느끼지도, 판단하지도 못하는 모습, 어렸을 때 부터 웃지도 않은채 무뚝뚝 하기만 한 윤재는 이른바 '감정 표현 불능증'을 다른 말로는 '알렉시티미아'를 진단받는다.

아몬드를 닮은 편도체가 윤재는 선천적으로 고장이 난 까닭이다. 이 때문에 엄마는 윤재에게 삼시 세끼 아몬드를 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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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의 다름을 발견한 윤재의 엄마는 본격적으로 윤재에게 '교육'을 시작한다. 말 그대로 주입식 교육이다.

차가 가까이 온다. 그러면 몸을 피하거나, 가까워지면 뛴다.

상대방이 웃는다. 그러면 똑같이 미소를 짓는다 등의 자라면서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면 자연스럽게 습득 될 규범 같은 일들을 1+1은 2와 같이 정답처럼 답을 심어준다.

윤재가 자라고 처음으로 겪어보는 사회인 학교라는 단체생활에서는 꼭 필요한 '교육'이었다. 남들과 다르게 보이지도, 튀어 보이지도, 이상하게 보이지도 않기 위함이다.

 

 

 

 

 

 

그러나 조금 메말랐다는 소리는 들을지언정 정상 범주에 속할 수 있을 거라는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윤재가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만다.

같은 반 아이들 중 소위 불량학생 노릇을 하는 곤이라는 아이는 윤재가 감정표현 불능증이라는 것을 모른채 끊임없이 괴롭히고 무차별적으로 때려본다. 조금만 더 괴롭히면, 조금만 더 때리면 윤재가 곤이에게 무릎 꿇고 항복이라도 할 것 같았지만 약이 오르는 건 오히려 곤이 쪽이었다.

윤재는 이렇게까지 맹목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곤이가 조금은 궁금해진다.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어지며, 그런 의미에서 윤재는 곤이가 필요하다 느낀다.
그렇게 너무나 달라보이는 둘은 친구가 된다. 윤재가 만약 친구가 된다는 감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말이다.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에게도 우연하게 한 여학생인 도라를 알게되는 때가 온다.

 

 

 

 

도라는 윤재에게 전혀 생소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낯선 증상을 느끼게 한다. 괜히 맥박이 팔딱거리고, 손끝과 발가락이 간질간질한다. 기쁨과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에게는 이런 낯선 증상들이, 어느새 많이 자랐다는 증거가 된다.

 

 

 

 

 

 

곤이에게는 어쩌면 자신의 진짜 내면을 보여주고 싶은, 혹은 알아봐줬으면 하는 친구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윤재가 정상이 아닌,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곤이가 멋쩍은 듯 다가갈 수 있는 이유는 충분했다. 소위 말해 정상인들이 생각하는 윤재는 불량학생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행동 하나, 말투 하나에 윤재는 불량학생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윤재는 다르다. 남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 기준을 적용시키지 않으며, 곤이를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윤재도 곤이와 지내며 조금은 성장한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곤이에 대해서 이해하게 된다.

 

 

"곤이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단순하고 투명했다. ... ... 세상이 잔인한 곳이기 때문에 더 강해져야 한다고, 그 애는 자주 말했다."

"... ... 곤이는 제가 약한 아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고 센 척만 했다."

 

 

아몬드를 읽으며 한 순간에는 곤이가 부러웠다. 자신을 투명하게 이해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이 세상에는 나 자신이 남에게 평가되는 순간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그것도 그들만의 잣대로 평가하는 순간들 말이다.

그럴 때 마다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고 온전히 나 자신으로서 살아가려 다짐하지만, 인간은 나약한지라 기대고 싶은 누군가, 위로받고 싶은 누군가를 찾게 된다. 그 누군가도 결국엔 어떤 방식으로라도 나를 평가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서.

 

 

 

 

손원평 장편소설 아몬드, 돌아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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