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아마 정유정 작가의 장편 소설을 한 권이라도 읽어본 사람은 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이다. 소설의 구조나 글쓰는 기법에 관해서 전문적인 판단을 할 능력이 전혀 없는 내가 보더라도,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그 짜임새가 치밀하고 촘촘하다. 특히나 '7년의 밤', '종의 기원'과 같이 미치광이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나 인물 간의 미묘한 관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분위기는 소설 전문을 통하여 한 자 한 자 읽어보고 독자 나름으로 책장 한 장 한 장 느껴보지 않는 한, 소름끼치도록 깊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유정 작가의 장편 소설, 7년의 밤
원작소설인 7년의 밤의 굵직한 내용은 이렇다. (해당하는 영화 장면을 포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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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주정뱅이 아버지를 둔 한 소년 최현수가 있었다. 주정뱅이 아버지는 마을의 우물에 빠져 죽게 되고, 현수에게는 트라우마로 남는다.
어른이 된 현수는 세령댐의 관리팀장으로 발령을 받고, 아내와 아들과 함께 세령호 옆의 사택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현수 혼자 이사 갈 사택을 미리 둘러보러 가던 중, 세령 마을에서 어린 소녀를 차로 치게 된다. 그 소녀는 세령마을 대지주인 오영제의 딸이었다. 오영제에게 폭행을 당하던 딸이 어두운 밤,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도망쳐 달려 나오다 사고를 당한 것.
하지만 그 소녀는 살아있었다. 현수는 사고를 낸 두려움에 소녀를 목 졸라 죽이고 세령호에 빠트려버린다. 오영제는 마을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세령호 물속까지 샅샅이 뒤진다. 그리고 결국 그 물속에서 딸의 시체가 발견된다.
현수는 자신의 범행이 언제 발각될지 몰라 계속 두려워하고 급기야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밤이 되면 몽유병과 같이 잠이 든 채로 마을을 돌아다닌다. 어린 시절 자신의 아버지가 우물에 빠져 죽은 트라우마 때문에, 어두운 밤마다 홀린듯이 세령호로 걸어가 이상행동을 보인다.
현수의 아들 서원은 현수와 함께 세령댐 관리팀에 근무하는 안승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승환은 현수의 이상행동을 알고 있었고, 말 없이 서원의 곁에서 괜찮다고 말해주며 옆에 있어준다. 승환은 잠수부이다. 어렸을 때 부터 물 속의 시체를 건져내는 일을 해 왔다. 세령댐 관리팀 직원으로 일을 하면서도, 종종 세령호 물속으로 잠수를 하곤 했다.
오영제는 자신의 딸을 죽인 자를 찾기 위해 여러 단서를 모아본다. 그러자 윤곽은 서서히 최현수로 드러난다. 오영제는 최현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현수의 아들 서원을 볼모로 잡아둔다. 서원을 저수지 한가운데의 둑에 묶어두고, 댐을 막아 수위가 높아지게 한다. 어린 서원의 목 끝까지 물이 찰랑거리게 되고, 그 모습을 현수는 보게된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댐의 수문을 열어 수위를 낮추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세령마을이 물에 잠기게 되어 마을 사람들이 죽게 된다. 하지만 현수는 그렇게 하고 만다. 세령마을이 물에 잠기고, 마을 사람들이 죽고, 서원은 살아난다. 현수는 희대의 살인마로 낙인찍히고, 서원은 살인마의 아들이라며 손가락질 받고 힘들게 살아간다. 어린 서원을 옆에서 끝까지 지켜주는 것은 승환이다.
세령마을이 물에 잠긴 이후, 행동이 묘연해진 오영제. 죽은 줄 알았지만 살아있었고, 7년의 시간 동안 뒤에 숨어 서원을 힘들게 괴롭히고 있었다. 오영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승환과 서원은 오영제의 복수에 휘말리는 것 처럼 하다가 오영제를 경찰에 넘기는데 성공한다.
원작 소설과 영화와 다른 점_스포있음
소설 속의 고양이 이름까지도 완벽하게 재연 된 영화에서, 다른 점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영제의 딸 세령이 돌보는 고양이 '어니'는 소설에서는 검은색 고양이지만 영화에서는 노란색 치즈태비로 나온다.
소설 속 최현수의 차는 마티즈, 오영제는 BMW로 언급되지만, 영화 속에서는 프라이드와 레인지로버로 나온다.
줄거리와 관련되어서는 결말이 다르다. 소설 속의 오영제는 서원과 승환이 고군분투하여 경찰에 넘겨지지만, 영화에서는 자살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려면, 꽤나 서론이 길어진다. 그만큼 인물 한 사람마다의 사연이 많고, 그 인물이 그 상황에서 왜 그 행동을 했는지가 저마다 의미있고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명을 한 귀퉁이라도 하지 않고 넘어가게 되면 '그럼 그 사람은 왜 그랬어? 왜 그런 생각을 했어?' 라는 반문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아마도 이 때문에, 영화라는 매체 속에 500장이 넘는 장편 소설을 다 녹여 내기에는 힘이 부쳤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보았지만 생략 된 줄거리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연출이나 장면의 표현에서는 큰 무리 없이 볼 수 있었지만 전체적인 줄거리의 이해 측면에서는 많이 아쉬운 영화였다.
정유정 원작소설, 영화 7년의 밤, 돌아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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